2024년의 마지막날 적어보는 2024년 돌아보기
2024년은 참 다사다난 했다. 개인적으로도, 회사에서도...
국가적으로도.. 특히 12월에 우리나라가 왜이리 다사다난한지... 마음이 많이 아프다..
개인적으로 2024년은 ups보다는 downs이 많았다고 생각이 되는데.. 또 따지고 보면 주변 사람들 모두 별 탈없이 건강하고 나도 고통은 받았어도 스스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뭐 편히 누워있을 집도 지금 있으니 (내 집은 아니지만) 감사할 일인 것 같다.
인생 첫 심리상담
4-5월에 여태까지 묻어둔 것들이 다시 발현되어 마음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대로는 견뎌내기 너무 힘들어서 인생 첫 심리상담을 용기내서 받아보았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해외 여행을 가도 기쁨이 없었던 건 내 뇌의 신경체계가 무너졌던 것은 확실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용기를 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 내 자신을 칭찬한다.
3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나는 내 안의 욕구와 내가 원하는 걸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억누르고 스스로 제한하는 삶을 살아왔다. 또 나와 반대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화가 났다. 상담을 통해 이런 부분을 깨닫고 내가 원하는 걸 실생활에서도 요청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내 안의 감정과 하고 싶은 것들을 억누르지 말고 더 표현하고 나를 조금 더 있는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스스로가 부정적인 감정들 예를 들면 질투, 화, 두려움을 내 안에 가지고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때, 아 내가 지금 질투가 나는 거구나. 내가 지금 화가 나는 구나. 라고 내가 가진 감정을 이해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니 확실히 마음의 짐이 많이 덜어졌다. 물론 앞으로도 많은 연습과 적용이 필요한 부분이다. 상담선생님이 나에게 그러셨다. 누구라도 겪으면 좋지않은 일들을 겪어냈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언젠가는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울증 진단
하지만 여름동안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나의 커리어 방황기가 또 한번 찾아왔다. 정말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걸까? 라는 고민 속에 여름을 지냈다. 선생님이 앞으로 내가 그리는 미래가 되냐, 나에게 뭘하며 살아가고싶냐고 물었을때, 지금 내가 하고있는 커리어와는 거의 모두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신념과 철학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다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도 생계 수단이 되면 싫어질 수 있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정말로 이 개발 일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들 (물론 정말 극히 소수임. 나는 직접 본 적은 없음)이나 주변에서 나보다는 쉽게 일을 처리하고, 잘 한다고 인정받는 것 같은 사람들과 내 자신을 많이 비교하며 이걸 계속 하는게 맞는걸까?라는 생각을 했고 하루하루 내 뇌에서는 나에게 이상 신호를 보냈다. 역시 넌 못해. 역시 넌 안돼. 나는 이걸 해내는데 3시간이 걸렸는데 저 사람은 한 시간 만에 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못하다니...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고 마음이 다 너덜너덜 해졌을때. 다 그만두고 싶고 너무 힘들다고 느껴졌을 때 큰 마음을 먹고 병원에 찾아갔다. 9월의 어느날 연차 휴가를 쓰고 병원에 찾아간 날. 병원 문 앞에서도 들어가는 걸 많이 망설였다. 나는 절대 우울증일리가 없어. 오히려 선생님이 나보고 아무 이상 없으니 집에 돌아가라고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 날했던 척도 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는 예전보다 확실히 매력이 없고 늙었다." 라는 항목에 아주 그렇다라고 체크했었다. 의사선생님은 딱히 진단을 내려주지 않아 내가 물어보았다. 전 그렇게 우울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 우울증 인건가요? 그러니 선생님이 경-중도 우울증이라고 했다. 하루에 좋아하는 일은 산책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의무에 가깝네요.. 라는 말을 의사선생님한테 들으니 참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어쩌겠어 해야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국의 9월인데. 이번 2024년의 9월 말은 나에게는 회색빛 기억이다. 내 몸을 회사로 끌고 가는 것 조차 너무 너무 힘들고 에너지가 없었지만 그래도 버티고 버텼다. 그리고 꾸준히 치료도 받고 .. 내가 좋아하는 것도 꾸준히 같이하려했다. 밍밍이 보내준 유화세트도 주말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도 가지려했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 개발말고 내가 몇년간 개발하고 싶었던 것도 혼자 개발하면서 퇴근 후 시간을 보냈다. 속도가 안나다가 11월에 각잡고 해서 어느정도 최소기능만 구현해서 배포했는데, 이렇게 뿌듯할 수가. 아직도 손을 많이 봐야하지만, 나는 점점 개발 자신감도 되찾아갔다. 또 나에게 "못 하는데 당당하다"라고 말했던 사람과 강제(?) 내적손절한 것도 도움이 된 듯하다. 그리고 회사가 격동의 시기를 보내면서 나와 내 동기가 가장 오래된 사람이 되었고 나는 이 서비스와 프로덕트의 히스토리에대해 가장 잘 알고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걸 알려주면서 내가 그래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한 사이클을 경험해보았으니 이해도도 조금 높아져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되었고 나는 이전과 다르게 눈치를 덜 보게 되었다. 눈치볼 필요가 전혀없다라는 걸 느꼈달까. 할 말은 다 하고 살아야한다. 어차피 위에 사람도 나보다 빨리 나갈 수도 있고. 내가 그 위의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전전긍긍해야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걸 느꼈다. 사람은 참 이성적이지 않은 동물이라 본인의 경험에 따라,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어떤 사람을 보는 데 각자 시각이 다르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예를 들어 본인이 원하는 걸 당당히 요구하고 재택도 눈치보지않는 직원이 누군가에게는 똑부러지고 일 잘하는 직원이 될 수 도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금 관리하기 힘든 직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기에 실력을 키워 시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는게 일단 중요하고 (거지같은 세상아 ㅠ) 회사의 가치관과 맞지않으면 언제든 나의 가치관과 맞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일하면 된다는 걸 느낀 것 같다. (근데 요즘 개발자 시장 무엇.. ㅠㅠ) 그래서 요즘의 나는 나의 주장을 더 당당히 펼치기위해 더 공부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기위해서도 더 공부하고 계속 성장하려 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사라져갔다.
방통대 졸업 (하... 죽을뻔)
쨌든 9월에 정말 휴학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4학기 안에 학교를 끝내는게 목표였기때문에 조금은 힘을 빼고 개발자로 일하면서 방통대도 병행했다. 여러 이유로 이직을 굳건히 마음먹었지만 우선 학교에 발이 묶여 우선순위를 우선 졸업에 두었다. 모두 다 cs 코스로 학점을 채우고 싶었지만 이번 년도에는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관심있는 교양도 몇개 들었는데... 교양이 더 성적이 안나옴 .. C실화냐.. 하여튼 그래도 조금 힘을빼고 학교를 병행했는데, 성적은 좀 아쉽지만 그렇기에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근 2년을 처음해보는 개발자일을 하면서 학교까지 졸업한 나에게 셀프 칭찬하고 싶다. 사실 거의 2년 내내 학사 공부 병행하면서 아 이시간에 차라리 코딩을 해야할 것 같은데.. 아.. 이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없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개발하는데 cs 컨셉이 많이 녹아져있는거를 체감했다. 뭐 대단한걸 한건 아니지만 그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게 학사의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분명 시험공부를 할 때만해도 학교 절대 싫어. 석사 NOPE 절대 안해. 였는데.. 12월 말인 지금은 또 흠.. 북미 석사... 해보는건 어떨까.. 사람이란.. 역시 까먹으니까 사는거다...
아쉬움이 남는 것
유럽에 분명 10년 이내로는 여행하러 다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10년이 가버렸다. 정말 나이먹는건 이렇게 빠르다니 .. ㅠ 또 모을줄만 알고 굴리는 법을 잘 몰라 투자를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올해도 이렇게 가버렸다.. 짬짬이 돈 공부를 하자!
영감들
조금 무거운 얘기를 많이했는데 올해 나에게 영감을 준 순간도 기록해보려한다.
밍밍과 8월말에 필리핀 여행을 갔었다. 밍밍의 카드혜택으로 내내 힐튼에 묵었는데 매일 조식을 먹을때 너무 좋았다. 쿠치나에서 매일 아침을 먹는데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 데 섞인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때 다시 느꼈다. 아 나에게 지금 없지만 내가 필요한건 이런거구나. 쌀국수를 매일 먹을 수 있는 것도 한몫한듯.. 돈 많이 벌어야지 ^^,, 그래서 해외취업이라는 도전을 미루지않고 실현하기로 이때 마음 먹었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카나티안 부부를 뵐 겸 진이랑 구글 클라우드 컨퍼런스에 갔었다. 실제로 만나뵈니 그들의 에너지를 in person으로 느낄 수 있어 정말 큰 영감을 받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도전하고 꾸준히 이루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자 하는 삶. 정말 멋진 분들이다 :) 그들의 눈에는 내게는 지금 없는 빛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자리까지 많은 비하인드 씬이 있었겠지. 나도 멋진 사람이 되어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채 충만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날이었었다.
2025년에는 나의 감정과 내가 하고싶은 걸 억누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시도해보기, 내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더 살펴보기, 마음과 몸 건강을 제일 우선으로 살기, 자유롭게 살고 싶은 내 마음의 목소리에 조금은 귀기울이기. 나에겐 많은 변화와 도전이 있는 해가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