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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불광천에서의 생각들. 힘들면 멈춰도 돼

by 안나스 2025. 6. 21.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불광천 산책을 다녀왔다. 

이제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오래 못 걷는데 어제 하루종일 비가 온 다음날인 오늘은 22도 정도로 시원하길래 오랜만에 걷다왔다. 그래서 이번주는 8천보를 많이 채우지 못했는데 오늘은 만보나 채웠다. 
불광천은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곳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내가 좋아하는 자연과 교감하고 걸으면서 나의 고민을 깊이 생각해보고 걱정을 두고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에서 불광천에 가려면 걸어서 3-40분 정도 걸리는데 그래서 가끔은 가는데 까지 좀 힘이든다. 그리고 늘 생각한다. 공원과 호수가 가까운 곳에 사는게 내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그래서 서울에서 자취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불광천 or 한강 가까이 살고싶었는데 다솜이 왈 언니 그럼 무조건 비싼 동네 살아야해. ㅋㅋ)

오늘은 오랜만에 많이 걸어서 그런지 불광천을 걷다가 다리가 힘들어져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쭉 걷다가 혹은 달리다가, 힘들면 멈출 수도 있는거다. 내 앞에 사람이 나보다 더 빨리 간다고해서 조급할 필요도, 주변 사람이 나보다 더 느리게 간다고해서 위안삼을 필요도 없다. 그건 그저 그 사람 본인의 페이스다. 나는 그저 내 페이스 대로 그 과정을 즐기면된다. 왜냐면 인생은 결국 내가 정했든 남이 정했든 그 goal에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구경하고 싶은 꽃들을 구경하고 풀냄새도 맡으면서 햇빛을 쬐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게 우리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 잘 맞는 말인거다. 내 인생을 이루는 건 커리어만이 아니다. 나는 지금 커리어 면에서는 조금 쉬어가고 있는 것일지는 몰라도, 무엇보다 삶에서 더 중요한 나의 가치관과 내 취향을 더 발견해 나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볍고 평온해졌다. 이 기간은 나를 단단히 하고, 누가 뭐래도 꺾이지 않고 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내 삶의 관점을 더 견고하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다닐땐 그렇게 싫었던 얽매임에서 벗어나 지금의 내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생각하니 갑자기 행복감이 들었다.

불광천에서 걸으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삶이 차오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민트초코 음료가 땡기는데 이디야 민초라떼를 먹으면서 산책을 시작했다.

늘 평온하고 평화로운 불광천. 고마워.

오늘은 만보걷기 성공! 이번주는 2번밖에 못채움이다... 낼도 열심히 걸어야지..

그리고 새로 탐방해본 동네 빵집에서 오이바게뜨라는걸 사와봤다. 집에와서 내가 직접 모카포트에다가 내린 커피에 간식으로 먹는 빵. 이거 먹으면서 지금 내 생각을 적었다. 인생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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