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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번째 퇴사 5개월차의 고민들. 불안 무기력 캐나다 잡서칭

by 안나스 2025. 6. 21.

맨날 글감에 대한 생각이나 영감은 많이 떠오르는데 이걸 또 하얀 백지에 적어내려면 각잡고 시작해야되는 부담감과 글을 잘 적고 싶다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나는 내 생각에 대한 글을 오랫동안 적지 못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좀 내려놓고 내가 요즘 느끼는 생각들과 불안함을 기록하려고 자기전에 침대에서 글을 좀 써보려고한다.

요즘 나는 무척이나 불안하고 또 자주 우울해진다. 퇴사하고 발리갔다오고 퇴사 후 만 2-3개월 정도까지는 회사를 가지않고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쓴다는 것에 무척이나 만족감이 높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퇴사 후 한달살기까지하고, 더 이상 나를 힘들게하는 회사를 가지않는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과 매달 들어오는 실업급여까지. 회사다니면서 300이상 vs 회사 안나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실업급여 180 받기. 물론 지금도 무조건 후자가 좋긴하다.. 나는 정말로 회사싫어 인간.. 하여튼 2-3개월차까지는 만족스럽게 해삐한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으나,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것들이 아닌 내가 해야하는 일을 위주로 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저 밸런스 게임의 후자에서 이제는 해야하는 일들을 한다는 조건이 추가되다보니, (물론 회사다닐때의 책임감과 압박감, 라이프스타일은 지금과 비할 수 없지만) 회사를 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이 시간이 나는 때때로 조금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실업급여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 이제는 내가 해야하는 일도 해야하면서 이대로 내 커리어상의 무직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매일을 맴돈다. 해외취업은 하고싶지만 막막해서 우선 국내취업을 해서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20대의 나의 그 첫 취업준비기간 때의 막막한 마음이 종종 떠오른다. 그리고 3년 전 첫직장 그만두고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나를 바라본다. 내가 이걸 정말 원하는걸까? 내가 정말 하고싶은게 맞나? 개발자가 100% 나와 맞는 fit은 아닌 것 같은데.. 차라리 커리어전환을 아예 처음부터 해외에서 or 합겼했던 다른 회사에서 했어야했나? 전 회사에서 개발을 시작한게 조금 후회스럽다. 전 회사에서 '못 하는데 당당하다', '재밌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잘 하는게 중요하다'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지금 나는 나에대한 확신이 더 강했을까? 그때 처음 개발자로 한국시장에서 취업준비 할때는 서류통과율도 꽤 좋았으며.. 기술면접이며 포트폴리오 준비며 그때 나는 최소한 희망이 있었다. 이제 바꾼 커리어는 나에게 재미와 뿌듯함을 줄 것이며, 더 많은 이직 기회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라는 희망. 그래서 열심히 4개월 안되는 기간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이라는 성과를 냈었다. 

하지만 요즘 다시 self doubt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희망이 남아있지 않는 것 같기도하다. 내가 만약 정말 잘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운이 받쳐줘 구글같은 빅테크에 들어간다해도 나는 행복할까? 결국은 직장인인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게 있기나 할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답을 모르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30대가 되어서도, 커리어 전환을 했어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진로 고민. 인생은 이걸 찾아가는 과정인것 같기도하고. 커리어에 대한 내 생각은 처음 일을 하기 시작한 20대 중후반부터는 "좋아하는 일도 일로 하면 싫어진다. 적당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돈 벌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굳어져왔었다. 그치만 최근 1-2년동안은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벌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내가 동경했던 분야/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발휘하면 나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 라고 많이 생각한다. 

주말이 되면 내가 직장을 다녔을때처럼 다들 쉬는날이니까 특별히 죄책감은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평일 워킹아워에 쓸데없이 시간을 다른데 많이 쓴다거나 뭔가 내가 하려던 일에서 옆길로 새서 다른 일을 한다거나. productive한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내가 충분히 제대로 하고있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한편으로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그 불안한 기분과 찝찝한 기분때문에 택한게 그냥 하는거였다. job을 어플라잉하고 깃헙에 잔디를 채워간다. 행동하고나면 차라리 불안함은 없어지고 "내가 그래도 무언가를 했다"는 기분은 드니까. 하지만 이제는 커리어적으로는 아무런 성과없이 지나가버린 몇 개월이 허무해져 이번 주는 특히나 내 루틴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즐기지 못하고 꾸역꾸역 무언가를 해내는 내 모습이 참으로 싫었다.

그리고 최근 나에게 엄청나게 가까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와 가까운 사람 근처 사람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는 게 고통스러우니 그 고통을 끝내려고 했을까... 우리의 삶은 왜 고통인 걸까... 너무나 안타까워서 그 충격때문인지 이번 주 특히 내 마음이 무척이나 뒤숭숭했다. 그리고 몇 개월 전 내 알고리즘에 추천영상으로 떴었는데 그 때는 담배피는 모습이 딱히 보기싫어서 보지 않았던 영상인데 오늘 우연히 보게되었다. 

https://youtu.be/AZkjFXQnPdg?si=pyruZ_s0aJp__f73

Just exist.

그냥 존재하기. 우리가 삶에서 뭔가 엄청난 걸 하지 않아도 그저 우리는 존재하기만 하면된다. 그저 살아가면 되는 거다.

그냥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하면 그게 다이다. 인생은 마치 우리가 큰 바다에서 떠다니거나 수영하는 것과 같으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건 노를 젓거나 떠다니는 거다. 

 뒤숭숭한 소식을 듣고 난 이후여서 참 이 말이 더 더 와닿았다. 

위에 요즘 내가 느끼는 불안함 감정과 무기력에 대해 구구절절 썼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요즘 이 기간이 나에게는 내 마음을 다시 정비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고,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4월초에 시작한 캐나다 회사 잡서칭은 이제 약 3개월이 지났고 거의 100개를 지원했는데 서류는 단 2개 통과했다. 근데 그마저도 onsite에 못가서, 코딩테스트에서 떨어져서 인터뷰까지 간 회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지금쯤이면 인터뷰를 여러개 보고있을 줄 알았는데. 5월부터 평일에는 매일 1군데 이상은 꼭 지원하던 루틴은 이번주에는 특히 job을 그냥 지원하는게 의미없는 것 같이 느껴져 하지않았다. 이렇게 되니 내가 캐나다에서 job을 구할 수 나 있을까라는 불안과 함께 취업전략을 한번 바꿔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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